안전 길잡이
일본 나가노현경찰 산악구조대의 활동
일본에서는 산악 조난 사고가 발생한 경우 주로 경찰이나 소방, 또는 산장직원을 비롯한 자기 일에 종사하면서 구조활동에 참여하는 산을 잘 아는 사람들로 구성된 산악조난방지대책 협회(조대협) 등이 협력해 수색ㆍ구조 활동을 하고 있다.
험한 산악지역이 많은 일본에서는 구조활동에도 위험을 수반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 일본 산악구조대의 활동과 노력, 마음을 한국의 산악인들이 이해해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나가노현(長野縣) 북알프스 관계자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듣고 기술한다.
일본의 ‘2011년의 산악 조난의 개황’
2012년 6월에 경찰이 발표한 ‘2011년의 산악 조난의 개황’을 보면 산악사고의 경향을 알 수 있다. 우선 발생 건수와 조난자수, 모두 과거 10년간 조금씩 증가하고 있다. 목적별로 보면 등산이 73%로 산채나 버섯채취를 합하면 90%를 넘는다. 사고 발생 원인은 길을 잃거나 실족, 전도가 72.6%이고, 그 다음에 피로ㆍ병이 이어진다. 작년 1년 간의 전 조난자 2,204명 중 60세 이상의 조난자는 1,118명, 사망ㆍ행방불명자는 275명에 이르렀다. 이처럼 과거 5년의 산악 조난 통계 분석에 의하면 60세 이상의 조난자가 약 50%를 차지해 다른 연령층과 비교해 특히 많다고 한다. 그 중에서도 사망ㆍ행방불명자는 전체의 약 70%이다. 이런 현상의 이유는 최근 등산 붐 때문에 중ㆍ노년의 등산 기회가 증가한 반면, 체력 쇠퇴에 따라 갑작스러운 기후 변화나 돌발적 사상에의 대응 능력 저하 때문인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또 지리별로는 나가노현이 가장 많아 1,830건 중 227건, 홋카이도(北海道) 138건, 도야마현(富山縣) 116건이다. 나가노와 도야마는 험한 북알프스를 찾는 등산객이 많고, 홋카이도는 고위도에 위치해 특수한 기상환경에 있는 것과 관할 면적이 넓은 것이 이유라고 생각된다.
최근의 경향으로는 기술이나 지식이 부족한 등산객이 사고에 대응하지 못하고 구조를 요청하는 경우가 자주 보이게 됐다. 이전에는 산악회나 산악부에서 훈련을 받은 등산객이 셀프 레스큐(본인 또는 팀에 의한 구조)를 원칙으로 만일의 사고에 스스로 대처하려는 의식이 높았다. 지금은 그런 등산객이 줄어들었고, 또 간단하게 연락할 수 있는 휴대 전화의 보급이나 공적 기관만의 구조인 경우는 구조비용이 청구되지 않는 점 등이 구조 요청의 벽을 낮추고 있을지도 모른다. 가벼운 상처를 이유로 헬기를 택시를 타듯 이용하는 경우도 볼 수 있어 문제시되고 있다. 이러한 경미한 사고에 시간이 걸려 중대 사고에의 대응이 늦는 일도 염려된다.
수기를 통해 보는 구조 사례와 마음가짐
북알프스는 일본 중앙부에 위치해 나가노현, 도야마현, 기후현(岐阜縣)에 걸쳐 길게 늘어선 장대한 산맥의 명칭이다. 이 산맥에는 한국인에게도 잘 알려져 있는 야리가타케, 호타카다케, 시로우마다케 등이 있다. 이 지역을 주로 관할하고 있는 나가노현은 일본에서 산악 조난 사고 건수가 가장 많다.
그래서 나가노현에는 경찰에 의한 산악 조난구조대라는 조직이 있다. 그 대원들은 평상시 지역의 경찰관 직무를 하면서 산악사고에 대응하는 전문적인 훈련을 받고 있다. 여름을 중심으로 등산객이 많은 시기에는 산중의 임시 등산기지에 상주하며 주변 산악 지역의 패트롤이나 구조 활동에 종사하고 있다.
그 나가노현 산악구조대 대원의 수기 <레스큐 최전선(山と溪谷 社)>을 통해 실제 구조 활동과 대원의 마음가짐을 소개한다.
<“자, 돌아가자”에 담은 마음>에서(츄우레이)
여름 호타카다케에서 클라이밍을 즐기고 있던 3명의 일행 중 남자 한명이 낙석을 맞아 산장에 구조를 요청했다. 그 날은 시간이 늦어 현장에 가지 못하고 다음날 아침에 구조 활동을 개시했다. 현장에 도착했을 때 조난자는 아직 의식이 있어 대답은 할 수 있는 상태였지만 그 후 점점 용태가 악화되었다. 구조대를 보자 ‘이제 살았다’고 안심해 버린 지도 모른다. “아직 산 게 아니야. 정신 차려”라고 했지만…. 헬기는 가까이에 와 있지만 안개 때문에 진입할 수 없다. “힘내라”라고 계속 격려했지만 반응은 서서히 약해져 마침내 심폐가 정지했다. 서둘러 심폐소생을 1시간 이상 했지만 결국 조난자는 소생하지 않았다. ‘아까까지 살아 있었는데….’, ‘헬기가 눈앞까지 와 있었는데….’ 생명을 구할 수 없었던 이 사고는 너무나도 유감스럽고 분했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유가족의 슬픔이 얼마나 깊은지는 지금까지 싫어지도록 봐왔다. 그렇지만 아직 가족에게 돌아가 줄 수 있으면 좋은 편이다. 아무리 찾아도 발견할 수 없는 경우도 있다. 행방불명 중의 가족 마음을 생각하면 비록 시신이 되었을지라도 가능한 빨리 가족의 옆으로 돌려보내고 싶다. 그래서 시신을 수용할 때는 “자, 돌아가자”라고 말을 걸고 있다. 하지만 제일 좋은 것은 물론 무사하게 살아 돌아갈 수 있는 것이다.
<계절보다 빨리 온 격렬한 눈보라>에서(미도리가와ㆍ원 구조대 대장)
시로우마다케의 단풍도 끝나기 시작한 10월 7일 오후 6시 반, 남자 한명이 산장에 구조를 요청하러 왔다. 남자는 산악가이드로 보조가이드 한명, 참가자 5명과 등산을 하던 중 발달한 저기압에 의한 격렬한 눈보라와 피로로 행동 불능이 되었단다. 산장직원은 구조 활동을 시작해 격렬한 눈보라와 어둠 속에서 겨우 3명을 산장에 옮겼지만 그 가운데 한명은 사망했다. 2차 조난 위험이 많기 때문에 그 날은 수색ㆍ구조 활동은 중지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다음날도 악천후 때문에 구조대원은 현장에조차 갈 수 없었다. 9일이 되어 간신히 날씨가 회복돼 이른 아침부터 헬기가 출동. 완전히 설산으로 바뀌어 버린 현장에서 행방불명자 3명을 수색했다. 조난자는 눈에 파묻혀 있어 발견에 시간이 걸렸지만 결국은 시신을 수용할 수 있었다. 예년에는 단풍 시기이지만 그토록 날씨가 거칠어진다고는…. 아무리 산을 알고 있어도 자연은 예상할 수 없을 만큼 맹위를 떨치는 일이 있다.
‘조난 사고를 줄이기 위해서’ 에서 (미야자키ㆍ구조대 대장)
나가노현경찰구조대 발족 이래 50년 역사에서 구조 중에 목숨을 잃은 경찰관 대원은 다행히 없지만 민간 구조대원은 5명이 돌아가셨다. 그들의 사고를 잊어서는 안되고 반복해서도 안 된다. 구조대원은 모두 ‘위험한 구조를 줄이고 싶다’라고 생각해 왔다. 그러기 위해서는 구조 기술을 높이는 것도 필요하지만 무엇보다 조난사고를 줄여야 한다. 먼 산 속에서도 지금은 휴대 전화로 구조요청만하면 헬기와 구급차로 병원에 데려가 준다. 그 구조요청에 대원들은 얼마나 필사적인 노력으로 사고현장에 급행하려고 하고 있을까. 등산객이 그것을 조금 생각해 주면 기쁘다. 사고에 대처할 수 없는 경우는 구조요청도 어쩔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등산은 ‘자기책임’이 당연하다. 자기책임은 사고를 냈을 때만이 아니라 등산 준비로서 지식과 기술의 습득, 체력을 강화할 책임이 있다. 그러면 조난사고는 줄어들 것이 틀림없다.
<수직 절벽에서의 구조활동>에서(아라이ㆍ구조대 전 부대장)
여름휴가철 등산 시즌 중의 임시 기지 상주를 끝낸 나는 오랜만에 휴가를 보내고 있었다. 그 날 밤에 아이가 졸라 가족 모두 외식을 하게 되었다. 휴대 전화가 울린 것은 주문을 해서 요리를 기다리고 있었을 때였다.
“아버지, 또 조난?”
국내에서 인기 있는 야리가타케와 호타카다케가 있는 지역이므로 갑작스런 출동 요청이 많은 것은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아이는 완전히 ‘아버지의 휴대전화=조난 발생의 호출’이라고 굳게 믿고 있는 것 같다.
조난자에게 반드시 무사를 비는 가족이 있듯이 사고 현장에 출동해 나가는 구조대원에게도 오로지 귀가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도 누군가의 둘도 없는 아들이며 남편이며 아버지며 친구다. 직무라고 해도 그들이 불필요한 위험을 당하지 않기 위해서 등산객 모두가 안전 등산을 유의하도록 해야 한다.
월간 마운틴 2012년 8월호 게재 기사
(2018/7/19)